‘월가 전설’ 그랜섬 “테슬라 주가 거품…주주 기대 부응 불가능”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전략가인 제러미 그랜섬은 “테슬라 주식이 거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랜섬 수석전략가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 붕괴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등을 예측해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로 통한다. 14일(현지시간)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랜섬 수석전략가는 전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테슬라 주식은 거품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그는“테슬라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는 이 회사가 눈부시게 성공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의 일부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 만큼 성공한다고 가정한다”며 “그건 큰 요구”라고 했다. 테슬라의 주가매출비율(PSR·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눔)이 페이스북·아마존 등 기술 대기업의 몇 배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랜섬 수석전략가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모든 위대한 자동차 회사는 전기차 쪽으로 가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테슬라는 심각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주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 전이나 기술·주택거품 동안보다 요즘 투자자가 더 맹목적으로 낙관적이라고 지적, “가격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사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이번에 더 큰 매수가 일어나고 있다”며 “하락이 오면 미국 역사에서 이전 어떤 것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1925년 이후 시장 침체의 첫째 예측변수인 인플레이션이 무시되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전의 모든 강세장은 인플레이션이 낮았다. 요즘 시장을 설명하려면 인플레이션 상승을 100% 무시하는 가정을 해야 한다.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랜섬 수석전략가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비판했다. 그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이후 다른 모든 의장은 정말 위험한 자산 거품을 조장했다. 2000년까지 과도하게 시장을 자극했고, 2000년대 중반엔 주택시장을 과하게 자극했다. 그들은 시장에서 배웠는가. 절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랜섬 수석전략가는 “이렇게 많은 돈을 전 세계에 쏟아 부어 주식시장에 흘러가게 하고,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 커뮤니티에 재미있는 합성 이미지를 올려 정보를 주고받는 개인이 집단적으로 매매하는 주식)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면서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 주가가 하루에 세 배로 뛴 걸 거론하며 미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렌터카 업체 허츠가 지난달 25일 테슬라의 모델3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고,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톰 브래디가 허츠 광고 모델로 나온다고 하자 동종 업체인 에이비스 주가가 덩달아 오른 걸 지목한 것이다. 그는 미 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가 오고 있다는 지난 5월의 경고를 이번 인터뷰에서도 반복했다. 홍성원 기자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