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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위험감수? 안전추구?…투자성향평가, 얼마나 정확할까

2021. 04. 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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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 이후 깐깐해졌지만
문항·평가법 금융사마다 제각각
답변만 달리하면 결과도 달라져
절차만 복잡…방법 고도화 필요

“100만원으로 펀드 하나 들려는데 초장부터 뭘 이리 꼬치꼬치 캐묻나...”

3월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금융상품 가입을 시도해본 소비자라면 이같은 느낌을 받은 이가 많을 것이다. 가입 단계 시작부터 소득, 재산을 밝혀야 하고 “금융상품 투자 지식수준은 얼마나 되십니까? 과거 어떤 상품을 투자해 보셨습니까? 얼마만큼의 손실을 감수하실 수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깐깐해진 투자성향 분석… 위험 성향 안맞으면 권유 불가=금소법 시행으로 소비자가 금융상품 가입 시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는 ‘투자자 성향 분석’이다. 금소법에 규정된 금융상품 판매 6대 원칙(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행위·부당권유·허위과장광고 금지) 중 하나인 적합성 원칙을 이행하기 위한 조사 절차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사가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액보험과 같은 일부 보장성 상품이나, 사모펀드를 제외한 투자성 상품,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예금성 상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으려할 때도 두루 적용된다.

금소법령에는 투자성 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나이 ▷재산상황 ▷계약 체결 목적 ▷투자성 상품 취득 및 처분 경험 ▷금융상품 이해도 ▷기대이익과 손실을 고려한 위험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사는 이를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문항을 만들어 투자성향을 평가한다.

금소법 시행 이전에도 투자성향 분석 의무는 있었지만, 6~7개 문항으로 비교적 단순했던 것이 15개 안팎으로 늘어났다. 가령 한 은행은 기존에는 ▷소비자 수입 ▷금융 투자 경험 ▷금융 투자에 대한 지식수준 ▷감수할 수 있는 손실 수준 ▷투자하고자 하는 기간 ▷파생상품 투자 경험만 물었는데, 이제 이에 더해 ▷위험에 대한 태도 ▷과거 금융 투자 목적 및 기간 ▷기대 수익과 손실 ▷전체 금융자산 중 투자자산 비중 등을 추가로 묻는다.

금융사는 답변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으로 구분하고, 상품별 위험등급(▷매우높은위험 ▷높은위험 ▷다소높은위험 ▷보통위험 ▷낮은위험 ▷매우낮은위험)과 비교해 적합한 상품만을 권유해야 한다. 가령 소비자의 성향이 위험중립형이라면 보통위험 이하의 위험도를 가진 상품만 가입할 수 있으며, 비대면도 적합성이 맞지 않으면 아예 가입이 안되도록 막혀 있다. 금융사가 부적합한 상품의 목록을 제공한 후 권유를 받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소비자로부터 받고 상품을 판매하던 관행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류 가능성 상존… 평가방식 고도화해야 = 문제는 투자성향 분석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다. 성향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다. 소비자의 답변에 의존하는 형태로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오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투자성향 분석은 하루에 한 번씩 할 수 있는데, 어제 했을 때는 ‘안정추구형’이, 오늘 해보면 ‘공격투자형’이 나오기도 한다. A금융사와 B금융사의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원하는 위험성향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자성향 조사를 할 수도 있다.

오류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잘못된 답을 하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분석 결과가 제대로 나오려면 소비자가 자신의 투자성향을 잘 알고 있고, 일관되고 솔직한 답을 해야 한다”라며 “투자 경험이 부족하고 이해도가 낮을수록 자신이 어떠한 성향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으로 투자성향 분석을 진행하면 소비자가 잘못된 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석대로 하자면 직원이 대면면접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의 제대로 된 답을 얻는데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금소법 시행 후 금융상품 가입에 드는 시간이 늘어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는 ‘투자성향 분석은 집에서 비대면으로 하고 상품 가입은 영업점에서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적합성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문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답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금소법령에서 확인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기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문항까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 별로 문항이 다르다.

가령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수준에 대한 문항에서 가장 큰 손실에 대한 보기로 A은행은 ‘위험이 높아도 상관하지 않음’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B은행은 ‘1년에 원금 40% 수준 손실 감소’를, C은행은 ‘원금 초과 손실 감수’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지식 수준에 대한 문항 역시 A은행은 ‘투자하는 대부분의 금융상품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를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B은행은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특징과 위험을 이해하고 투자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를, C은행은 ‘주식, 채권, 펀드 등의 구조 및 위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정도’를 ‘높은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의 답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오류는 나올 수 있다. 금융사들은 소비자로부터 얻은 답변을 토대로 가중치 등을 둬 최종적으로 위험성향을 매기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령 단순히 소비자의 연령이나 재산, 소득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위험성향은 다르게 평가되는데, 어떠한 기준이 적용되는지 검증조차 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소비자에게 투자성향을 묻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지만,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은 해당 정보를 위험성향과 연결지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라며 “금융사들도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위험성향을 평가하고 있지만,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여러 기업에 흩어진 고객의 금융정보를 한 곳에 모아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발전하면 평가방식을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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