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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9회말 투 아웃…고승범의 고군분투

2021. 11. 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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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선제관리 필요
강제 총량관리는 부득불
임기말 위원장 한계에도
과감히 문제해결에 접근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춘추시대 명장 오자서의 말이다. 아무리 장관 자리지만 반년 남짓 남은 정부에서 새로 맡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기존의 잘못을 바로 잡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역대 금융위 수장 가운데 가장 임기 말에 가깝게 취임했다. 부친도 장관 출신이니 대(代)를 이어 장관이 됐다는 데 만족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일모도원(日暮途遠)에도 쾌도난마(快刀亂麻)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는 ‘욕 먹기’ 딱 좋은 정책이다. 돈의 흐름을 인위로 막는 것은 평상시 같으면 도리에 어긋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금융과 경제를 잘 아는 이라면 차마 모른 채 하기 어렵다. 정권 말 장관직을 수락한 고 위원장의 마음은 아마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컸을 것이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9월과 10월에도 가계대출은 폭증했을 것이다. 금통위원을 지내 한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아는 고 위원장 입장에서는 응급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경제위기가 빚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 웬만큼 집값이 떨어져도 괜찮을 것처럼 보인다. 독특한 전세 제도가 문제다. 금융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키움증권이 최근 내놓은 내년 부동산・금융산업 전망을 보면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전체 주택 거래 가운데 임대보증금 비중이 52%로 가장 높다. 이 기간 갭투자 비중은 서울이 36%에서 43%로, 수도권은 27%에서 32%로 상승했다. 올 7월 기준 수도권의 LTV 70% 이상 거래 비중은 52%이고, 이 가운데 100% 이상 거래도 9.3%에 달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전세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신용대출 등 고위험 대출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 취임 한참 전부터 금융위는 올 가계부채 증가액을 5%로 제한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월까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실기를 했으니 호미론 부족하다. 가래를 들 수 밖에 없다.

총량규제가 비난 받은 이유는 대출 중단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금을 예외로 인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며 전면적인 대출 중단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고 위원장의 진짜 의미 있는 행보는 응급처방 이후다. 10・26가계부채 대책 이후 차입축소에 착수했다. 은행들에 자산과 소득 등 차주의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한 대출심사 기준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 동안 은행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준수하는 데 급급했다. 기준만 따르면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갭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공적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팽창한 전세대출도 줄이라고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낮아지기 시작했다. 갈아타기 비용을 줄이면 향후 대환대출시장 활성화, 즉 가계의 이자지출 최적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의 투자자문서비스 확대, 보험사의 헬스케어 육성, 그리고 빅테크와 금융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플랫폼화 등의 화두도 제시했다. 특히 은행의 투자자문업 확대는 매제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의 주력사업에 경쟁 부담을 더 높이는 결정이다. 금융시스템을 새롭게 하려는 고 위원장의 노력은 퇴임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재임 중 다 이뤄질 수 없다고 해도 후임자에 도움이 될 지침이라도 남긴다면 그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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